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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05 마테오 팔코네
프로스페스 메리메.
오페라 카르멘은 비제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허나 비제는 오페라를 작곡했을뿐, 원전은 다른사람이 썻죠.
그 원전을 쓴 사람이 프로스페스 메리메, 입니다.
제가 메리메에 알고 있는 바는 그것이 다, 였죠.
몇년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었던 빨간 표지의 아름다운 책에 씌여있던 카르멘을 읽고 완전히 매혹당해서 오페라까지 보게 되었고 -_-; 프로스페스 메리메의 다른 책은 없을까 기웃거리던 차에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카르멘의 포스를 생각하면서 대출해 왔지요.
책은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_^
메리메 단편선,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책에는 세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얇은책이지만 양장으로 만들어 놓고, 책 뒤편에 각 단편의 스토리를 세줄정도로 간략하게 요약해 놓았는데, 사실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때는 그 뒷편의 세줄 요약된 내용을 보고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허나 책이란건 알맹이를 볼때랑 겉표지에 적힌 요약을 볼때랑은 '맛'이 다른 법이죠.
제대로 안보고 '이러저러 하더라' 라는건 참 싫은 일이니, 대충 보더라도 내 눈으로 읽어봐야지, 싶어서 책을 폈습니다.
마테오 팔코네는 배신자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 입니다.
배경이 되는곳은 나폴레옹이 출생했다는 프랑스의 작은 섬 코르시카 입니다.
역자 후기를 보니, 코르시카 섬 사람들의 성정이 괄괄하여(...) 사고를 꽤(...)많이내는 편이고, 그러한 모습을 시대상에 담아 변절자들에게 뜨끔한 일침을 내리고자 했던 메리메의 소설이, '아버지는 아들의 삶을 끝낼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 라는 사람들의 논리에 의해, 소설을 쓴 메리메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음 ~_~. 사실 메리메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기보다 코르시카 사람들의 성정을 바탕으로 하여 쓴 이야기다, 라고 역자는 편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만 -ㅅ-..;
인상깊었던건 마테오 팔코네의 아들이 근위병이 꺼낸 시계를 보고 탐내던 장면.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양이는 감히 발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고양이는 유혹에 지지 않기 위해 먼 산을 바라보는 척도 해 보았다.
하지만 벌써 혀로는 입술을 핥고 있었고, 생선을 들고 있는 주인에게 '주인님, 이렇게 저를 놀리시다니. 정말 잔인하시군요."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두번째 소개된 타망고의 주제는'노예무역' 입니다.
아프리카에 노예를 사러 가는 상인이 배를 짜는 모습, 특히 최대한 노예를 많이 싣기 위해 배를 개조하고, 안 들킬 방법을 연구하는 부분의 씨니컬함에 감탄하고...
동족을 팔아넘기는 그나마 좀 '깨어있는' 흑인이 160명의 동족을 파는데 싸구려 면화와 독한 술 세박스, 중고 장총50개 화약, 부싯돌에 팔아버리는 장면이라든가,
백인들의 독한술을 마시고 자신의 아내마저 팔아버리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백인들을 찾아갔다가 그마저 노예로 잡히게 되는 장면에서 한번 더 씨니컬.
....암튼 그렇게 함께 배를 타고 팔려가던 타망고는 '그나마 좀 깨어 있었기에' 무지몽매한 다른 노예들과 함께 배에서 폭동을 일으켜 백인을 모조리 죽여버립니다 (-_-)
배 위에는 싸우다 부상을 입은 흑인들의 비명과, 승리의 환호가 겹쳐 있었으나,(이거만 해도 충분히 지옥스러운 느낌) 이내 백인들의 도구를 다루지 못하는 흑인들은 배 위에서 헤매이게 되고,식료가 떨어지자 카니발리즘(식인식육-_-)을 행하는등 - 구체적인 묘사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만, 원래 인간의 상상력이란게 그 어떤 묘사보다 잔인하고 신랄함은........
뭐 -_-; 후후-
타망고가 동족과 아내를 팔아 넘겼을때처럼, 배위에 남은 흑인들은 술을 마시며 시름을 잊고, 다음날 아침에 되면 다시 절망에 빠지고, 뱃전에서 몸을 날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깨어있다'한들, 백인의 도구를 만질줄 몰랐던 타망고는 그렇게 망망대해를 헤매이다 모든 탑승객 사망후 겨우 영국에 도착하게 되죠.
노예상이 모국이었던 프랑스에 도착했다면 백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타망고는 그나라 국법에 따라 심판 받았겠다만, 프랑스와 대치중인 영국에 도착한 터라 목숨을 건질수 있게 됩니다.
배위에서는 노예를 사고 팔려던 백인과 흑인과의 대치가 벌어졌었다만, 육지에 도착하니 백인들끼리 이념싸움에 의해 타망고는 생명을 건질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 다시한번 씨니컬.ㅋ
결국 타망고는 영국의 흑인노예가 됩니다.
처음 동족들을 팔아넘길때는 자기가 뭐라도 된줄 알았던 사람의 말로는 결국 동족들과 다를바 없는 노예의 삶이었죠. 후, 씨니컬(....
-이런거 좋아함-
세번째 이야기 '일르의 비너스'는 다소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 입니다.
헤르만 헤세 환상동화집에 실려 있었던 몽환적인 분위기를 프랑스의 작은 시골 일르에 풀어놓았습니다.
땅속에서 발견된 오래된 청동비너스상에 매료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역자 후기에 의하면 메리메가 박물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동상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고, 그런 경험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고 하는데, 글을 읽어보면 비너스상 근처에 모여서 동상에 새겨진 문구를 해석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및, 등장인물 하나가 비너스상을 바라보는 시선이(페티시즘적인 느낌) 범상치 않음을 느끼실수 있을거예요.
아무튼 -ㅅ-; 동상 곁에서 일을 하던 남자는 다음날 결혼할 사람이었고, 신부의 손에 비싼 반지를 해주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허나, 험한일 하다 반지를 잃어버릴까봐 비너스상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결혼식에 깜빡 잊고 그 반지를 회수하지 못합니다.
결국 신부에게는 수수한 결혼반지가 주어집니다.
원래 주려고 했던 반지를 빼오기 위해 일꾼들을 시키는데 일꾼들이 파랗게 질려서 돌아옵니다.
반지를 끼워졌던 손이 오므라 졌다고. 그래서 빼낼수가 없었다고 -_-;
이게 뭔일인고.. 하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은 주인공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사망합니다.
결혼한지 하루밖에 안되어 신랑을 잃은 신부는 가엾게도 미쳐버리고, 남편의 사인을 묻는 시어머니에게 '비너스상이 찾아와서 남편을 꼭 껴안고 있었어요' 라고 설명하고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진짜 범인을 추론할수 없게끔 모호한 느낌을 소설 전반에 깔아두었는데, 이러한 신비주의적인 느낌이 후일 모파상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모파상의 비계덩어리가 이 '일르의 비너스'와 사뭇흡사한 느낌을 줍니다. 그 또한 읽어보시면 참 흥미로우실거예요.
역자의 해석에 의하면, 주인공이 원래 결혼해야 할 사람은 매력을 느꼈던 동상이고, '결혼반지'를 받은 동상은 자신이 신부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날 저녁 남자를 찾아왔노라, 라고 해석하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쫙 -_-;;;;
메리메의 소설은 이런 느낌을 주는군요.
아,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일관성이 있어서 흡족합니다.
카르멘의 주요 배경이 되는곳의 분위기가 다른 메리메의 단편선들에서도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입맛당겨하면서 읽을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타망고'
노예무역의 잘잘못을 살피자는 목적하에 보면 이 소설은 무지 시시해집니다.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씨니컬함', 이 씨니컬함은 카르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하실수 있을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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