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7 19:14

억겁의 시간

불교에서는 시간을 세는 단위가 너무나도 광대한것 같다.
당연할까, 그 종교는 '윤회'를 기본테마로 하고 있으니깐 말이야.

하늘에 살고 있는 선녀가 있는데 천년에 한 번, 지상으로 목욕을 하러 내려온다고 합니다.
못 근처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선녀가 내려올때마다 그 옷깃에 스칩니다.

그 커다란 바위가 선녀의 옷깃에 스쳐서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한 겁입니다.

한 겁이라는 시간이 이렇게나 엄청나게 길다면...
억겁이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대체 얼마나 긴걸까.

사람은 아주 오래 살아봐야지 120년 정도 생명을 이어갈수 있다.
120년이란 시간은 '한겁'에 비해보면 정말 새발의 피도 안될만큼 짧은 시간인데...
하물며 억겁이라 불리는 시간의 무게는 하찮은 인간이 생각할수조차 없을만큼 넓고, 크고, 광대해서 두렵기까지 하겠지.

....
사람들은 '영원'이라는 말을 너무 좋아하는것 같다.
내가 살아 숨쉬는 시간을 '영원'이라고 생각해버리는것 같다.

사랑을 고백할때면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게' 라는 말을 참 많이 하지 않던가..

나는 그런 말이 싫다.
영원의 무게를 자신의 열정과 바꾸고 싶을만큼, 상대를 사랑한다고, 그걸 알리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다는걸 모르는건 아니다.

하지만 왠지 싫다. 영원이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녀간의 애정에 '영원'이라는 말이 사용하는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거든.
내 나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젊은애들은 연인관계가 되어 '영원히 사랑할게' 라는 말을 수없이 주고받다가 보통 세달정도 지나면 시들한 감정으로 지내다가 헤어져버리지 않던가.
(물론 그러지 않는 경우도 많다만... 사귀기 시작했을 시절의 '영원히 사랑할게' 의 느낌이 몇달이 지난뒤에도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거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참 '영원'이란 시간을 좋아하는것 같다.

'영원을 맹세하는 다이아몬드'
'세상에서 변화가 가장 적은 원소, Pt(플래티늄, 금보다 두배 비싼 금속, 결혼예물로 쓰인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유리병 속에 담은 장미'
'금물을 입힌 사랑의 장미'


'영원'이라는 가질수 없는 시간조차 소유하고 싶어라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상품들.

저런 선물을 받으면.. 그 사람의 정성에 고마워 해야 하는건 당연하지만..
과연 기뻐해야 되는걸까?

꽃이 아름다운건 그것이 언젠가 시들것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들면 안타까울것을 알고 있기에 그 꽃이 지금 존재하는걸 감사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꽃처럼 예쁘게 활짝 피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시들어버릴 섬세한 감정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지금 사랑하고 있는게 감사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꽃이 시들어버렸다고 해서 슬픔에 잠겨버리는 사람은 없다.
내년이 오면 다시 그 꽃이 피게 된다는걸 알고있으니까 말이야.

사랑도 마찬가지겠지.
가라앉는 때가 있으면 언젠가 다음 봄에 다시 피어오를때가 올거야.

진짜 사랑한다면 지금의 감정을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변화해 갈 사랑의 모양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게 좋은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야...

언제까지나 '그런 두근두근한 상승된 느낌' 이 지속되는게 아닌데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그런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기를' 원하니까...
그게 아니니까 연애의 기간이 짧아지는거지...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영원이란 말을 꺼내니 연애기간이 짧아지지...
그런...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인정하는게 올바른 사랑법 아닐까.

어느 한 순간만을 붙잡아 둔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수는 없는데...
그 시절의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는데는 사진정도면 충분해...

억겁의 시간을 가두어 '영원'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지 마...
당치도 않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은거야 그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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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BlogIcon 琳☆ 2006/04/28 00:43 address edit & del reply

    오오 멋진말! >ㅁ<b;;

    란이님도... 정말 멋지신분이네요!

    • BlogIcon 혜란 2006/04/29 02:18 address edit & del

      고맙습니다 ;ㅁ;
      하지만 실상 멋진건 아니예요 -_-;
      속알머리는 하나도 없이 생각만 할 줄 아는걸요.

  2. BlogIcon 윤군 2006/04/28 17:09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지요. 변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더이다.

    • BlogIcon 혜란 2006/04/29 02:19 address edit & del

      대게는 그 변화도 성장이라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요.....
      한가지만 더 생각하지.
      꽃은 봄에 새로이 다시 핀다는거. 같은 나무에서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