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6 12:57

A Philosophical Disease - 철학적인 병


철학적인 병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칼 엘리어트 (인간사랑,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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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카테고리로 들어가 있네요.
이 책은 '신 지식의 최전선 4' 에 김종주씨가 정신의학에 대해 쓰신 글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어떤 세자비가 '행복의 알약'이라 불러 유명해진 항우울제는 우울증에만 쓰이지 않는다. 강박증은 물론이고, 고3병과 비만치료에도 쓰이며, 발기부전에도 쓴다. 이러다간 해명되지 않는 증상이 없을것 같다. 알콜이나 니코틴 중독같은 '새로운병자'들은 역시 우울증처럼 치료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섹스중독, 음식중독, 스포츠중독에도 그 약물은 효과를 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웰빙을 위해 그 약물을 사용하게 될 것만 같다.
란 구절을 보고 감탄. 눈치 채실 분은 채셨겠다만, 프로작 이야기죠 ~_~;
90년대 후반에 개발되서 '행복해지는 알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약.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만, 그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던고로 - '행복해지는' 이란 미사여구까지 붙었으니 오죽이나- 여기저기 처방되고 있는 약입니다. 물론 지금도 각종 신경정신과적 질환에 흔히 처방되는 약이 되었죠;

대부분의 약이 그렇다만, 아직도 이 약의 작용에 대해선 임상을 통한 데이터로 추가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_~; 올해 여름에 봤던 과학동아의 해외단신에는 프로작 장복할 경우 약시의 개선 효과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도....

하여튼, 프로작에 대해 제가 하고 있었던 시니컬한 생각을 짚어준 글을 써주신 의학자의 견해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저 이야기가 등장한 원문, A Philosophical Disease 을 검색해보니, 이 글을 쓰신분께서 직접 책을 번역하셨더군요.

옳다쿠나 ㅋ.

책의 속성은 의학철학서 입니다.
임상윤리학과, 임상 도덕이라는 사람 멍-; 하게 만드는 학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미국의 경우에는 이런 임상윤리학자들이 의료적 분쟁이 생길 경우 병원으로 호출되서 결정을 내려주는 역할을 맡는다고 하는데, 이런 임상윤리학에 직접 발을 담근 사람들이 가질법한 고뇌에 대해 이야기 한게 1장 입니다.
돈과 직업적 윤리의식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그 느낌이 참 재밌게 보여지더군요 ㅋ

2장 에서 제가 눈여겨 본것은 의약품을 통해 사람이 달라지게 되는것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음, 좀 들어가 보면....
장기적으로 우울하고 슬퍼하며 자신에 대해 불확실했던 한 여자환자에게 의사는 프로작을 처방합니다.
그분은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며, 외향적이 되었죠.
허나 약은 약이고... 서서히 약을 줄여가다가 끊을수 있게 합니다.

그때 환자의 반응은 이러하죠.
"난 내가 아니야" 하고.

20년, 혹은 어쩌면 그 이상 우울하게 살아왔던 그분은 약을 복용하던 그때와 달라 스스로를 스스로처럼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데... 허허.
약을 복용하던 몇달간을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로 정립하고 20년간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아니라고 표현한다는게... 보편인 인간의 의지력이란게 얼마나 부질없는것인가? 에 대해 생각할수 있었습니다.

성전환자들을 생각해보면 더 쉽게 이해하실수 있을거예요.

이거 말고도 보통 '병'이라고 불리는 질환들을 누가 그렇게 부르기로 결정했는가? 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해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정도면 되는데... '병'이라고 진단해놓음으로 인해 생길법한 일들에 대해 고찰해볼수 있는 글을 읽어볼수 있었던게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이 부분과 함께 연계해서 보실만한 책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캉길렘이 쓴 '정상과 병리' 가 있겠습니다 :)
-> 품절나서 겨우겨우 헌책방에서 구했...

'병' 상태와 '건강' 상태를 가르는 기준들에 대해 역사적으로, 철학적으로 고찰한 책인데...(아직도 제대로 못 읽었다) 의료계에 계신 분들은 이런거 상식수준에서 읽어두시는 센스가 필요할듯; <- 지도 다 못 읽은 주제에 추천하고 앉아있다 (퍽)

3장 의 제목은 "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 혹은 정상적인 허무주의 시대에서 프로작의 사용' 입니다.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이거는...'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박사의 기억에 관한 실험을 이야기 하는거죠.
대상자들에게 '어릴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죠?' 란 기억을 삽입시켜본 결과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거기에 반응해, 경험하지도 않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더라, 이런 이야기죠.

인간의 '기억'이라는게 얼마나 부질없는것인가에 대해 짚은 실험이었습니다. 물론 로프터스는 학계의 이단아가 되었죠 :p

이 장에서 제목으로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를 차용한거는 정신적으로 공허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표현하는 단어..였다는게 더 적합할듯 싶어요.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SSRI에 관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정신과 약으로 자주 쓰이고 부작용이 다른 항정약품들에 비해 완만한편) 이야기를 보면 우울한 대중이 얼마나 헤메이고 있는가? 싶은 철학적 논지를 던지고 싶었던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3장 에서 주요하게 이야기 하는것은 '정신과적인 진단,치료'에 있어서 윤리적 쟁점들입니다.
진지하게 봤는데 제대로 이해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아 다시한번 읽어야 할듯 -_-;
비트켄슈타인의 철학 이야기를 임상윤리(...아 어색해)에 적용시켜 책을 진행시켜나가는데, 3장에서 '비트켄슈타인'이란 이름이 제일 많이 등장했던듯. 사실 번역하신 김종주씨께서도 이 3장 때문에 이 책을 번역하실 생각을 하셨다 하니까요.

4장 의 주제는 심각한 정신질환에서의 윤리적태도.. 그러니까 인권과도 관련 있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다루어 집니다. 보통 '정신장애인의 인권' 하면 맨날 이야기되는게 극좌 빨갱이;;; 스런 선동, 시민권적인 느낌이 드는 '인권' 인데...

이 책에서 다루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만성 정신장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양 학제가 어떻게 연합하는것이 옳은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으실수 있을것입니다.

5장 의 주제는 아는사람은 다 알법한 엘리릴리사의(....우와 회사까지 마구 언급) 우울증 신약이었던 돌로세틴입니다(....약이름까지 함부로 마구 언급). 그것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읽었죠.

대학생인 수전은 돌로세틴의 3차 실험(정상적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실험. 모르모트... 아시죠?)에 지원합니다. 실험에 따라 독작용이 일어나기 간당간당하게 (정상 복용량의8배까지 ....ㅎㄷㄷ)복용을 하고 실험참가비용으로 한학기 등록금을 받습니다. 당연히 의료적인 절차에 따라 서서히 약을 감량한 뒤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흘뒤 욕실에서 스카프로 목을 매 자살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식으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의약실험을 하는데 윤리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군요.

이 이야기를 숙지하고 계신 상태에서 5장을 읽으면 의학적 실험, (굳이 우울증 같은 질환이 아니라 말기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임상실험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경우라든가.. 그런것 등등) 에 지원하는 사람의 정서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것, 그리고 거기 참여할수 있게 하는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 옳지 않은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수 있으실겁니다.

근데 그 돌로세틴이라 언급되었던 저 약이 지금 시장에 나오긴 했나요?

6장 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장기기증' 입니다.
사랑의 장기기증, 참 좋은 말이죠. 하지만 장기기증에 있어 윤리학적인 쟁점을 살펴보면 진정한 자유란게 존재하긴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_=;

사형을 명받은 수감자들은 자신의 심장을 기증하고 싶어 합니다.
허나 그것이 받아들여질법한 일일까요? 과연 -_-;

생각해 봅시다.
우선, 전쟁터에서 수류탄을 향해 몸을 던진 소위의 이야기는 참으로 존경받습니다.
허나 전쟁터에서 다리를 다친 병사가 스스로 많은 사람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해도 거기다 그 사람을 던져줄수는 없는거죠. 
수감자들의 심장기증을 받아야 할것인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저런 딜레마를 겪게 됩니다(...

한가지 경우를 더 들어볼까요?

자신의 자식이 아프다는걸 알았을때 부모는 장기를 당연히 자식에게 주고 싶어합니다.
그게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될 일이기 때문이죠. 허나 부모의 '당연하다' 라는 가치는 의학의 첫번째 원칙인 '해끼치치 말라'에 위배됩니다 -_-; (어쩌라고) 책에서는 그건 '진정한 자유의지'가 아니다... 라 표현하는데
그럼 진짜 어쩌라고;ㅁ;(악)

하여튼 6장의 이야기는 인권과 장기이식에 관한 이야기이니, 장기이식을 결심하신분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좋을듯.
미국의 사례다만, 정신나간 대통령 덕에 의료보험 개악됐고, 이제 쫌있으면 우리나라에도 미국병원 들어오니까 모르는거보다 아는게 낫죠. 헉근데 써놓고 보니 진짜 외국계병원에서는 장기이식도 막 편하게 해주고 그럴것 같다(후덜)

7장 에서 다루어지는것은 유전공학입니다. 우생학과 인간존중의 논리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논점을 많이 짚어주고 있네요. 과학동아 보니 황우석씨가 줄기세포에 관련된걸로 또 뭔가 특허를 받았다고 하던데, 관심있으신분은 좀 더 찾아보셔도 될듯.

더불어 '인간의 생명' 그니까 탄생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됩니다. 낙태와 산모? 뭐 이런 이야기도 적혀 있었어요 :)

추천드리고 싶은분들은 생명윤리에 관심이 많으신분들및, 의학적인 가치판단에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것인가에 고민하시는분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저 책에 호기심을 가지신분들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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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작은인장 2008/10/18 05:33 address edit & del reply

    노노노노~~~~
    혜란님 글을 보면 다 읽어보고 싶어지는 비극이..^^;

    • BlogIcon 혜란 2008/10/18 09:43 address edit & del

      관심을 가지는 만큼 즐겁게 읽을수 있는게 '책'이지요~ 아니, 뭐든 안그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