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3 15:12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 자살.

새해를 여는 첫 책이 자살. 입니다. 하하하
돌을 던지세요(....)

제목만 이렇습니다 -_-;
자살을 통해 살자를 모색하는 책이예요;;;

늦은 새벽, 교수님 댁으로 전화가 한통 걸려옵니다.
술에 잔뜩 취한 여자의 목소리. 교수님을 바꿔달라고 계속 우는 목소리...

사모님은 당황하셨고....
잠에서 깨어난(정신이 바늘같이 곤두서셨겠죠;;) 교수님께서서 전화를 받자 그녀가 하는 말.

'흐어엉 ㅠㅠ 교수님 저 이제 떠나요, 안녕히 계세요'
'새벽에 전화걸어서 집안 사람들 다 깨우고 이게 무슨 버르장머리냐(버럭)'
'-움찔- 교수님 사실은요, (우물쭈물)'
'어디가려는건지 모르겠는데, 약속한거는 지키고 가야지 않냐'
'에? 무슨 약속이요?.....'
'너 저번에 나한테 밥한번 사기로 했었지 않느냐'
'교수님, 지금 밥이 중요해요, 이 새벽에 제가 전화를 왜 걸었는데요!'
'그럼 그거부터 말을 해야지 대뜸 떠난다고 그러면 어찌하냐'

...  -이하 여자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가 주구장창-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사귀다가 아이임신 -> 낙태 -> 그러고 남자가 다른여자에게로-_-)
이정도면 사실 죽을마음 먹는게 이상한건 아닐거예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모든것을 정리하고 떠나려고 합니다.
전에없이 소중한 물건들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줘버린다거나...
전에 없이 친절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눈여겨 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살리길 원하시면 '그정도로 니 미해결 과제 전부가 해결되지 않아!' 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주세요 -_-;
떠나고자 한다면 다 끝내고가! 이런 느낌으로.

니가 떠나서 싫어, 라든가 '너 진짜 왜그래' 식으로 접근하면 별반 효과가 없습니다;
부추기기만 할 뿐이지..

자살 예방센터라는게 있습니다.
거기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라든가, 가까운분의 자살을 경험하신분, 혹은 스스로 자살을 생각하고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크게 도움을 받으실수 있을것 같네요....

지만; 저는 센터가 존재한다는게 그리 바람직하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거기서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 존재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자살'을 조장한단 느낌이 듭니다;

자살 예방센터라니, 그런 험악한 이름이 어디있어요!
좀 다른 이름으로 순화 해서 불러주면 어디가 덧나나.

자살의 다른 이름은 슬픔과 외로움, 고독 인데. 그걸 '자살'이라는 병리적인 이름으로 불러버리고 있다는거 자체가 마음에 안듬....

사실 힘들어 죽겠는데 저 센터에 전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생전 얼굴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한테 전화기를 들어 제 고민을 들어주세요, 하기 전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뻗치게 되는것이 당연한 이치인것을....

음; 사설은 여기까지.

그러니까 요점은 자기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지도록 하자는것입니다;

2003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벌써 5년전인가요. 왜 그때는 이 책을 보지 못했을까.

책의 부제는 세계지성들이 쓴 삶과 죽음에 관한 명쾌한 진단, 입니다.
세계지성들이라는데 제가 아는 사람들 이름이 간간히 등장했던것이 신기했습니다;

차례는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자살 그 달콤한 유혹.
2부, 모순에서 피는 꽃
3부, 자살의 방정식


각 차례에 에세이 다섯편씩이 들어 있는데요,
제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것은 차례 맨 처음에 있는 니체의 글이었습니다.
꽤 씨니컬한 글이지만 그 씨니컬함 안에는 온전히 '살고' 나서 죽으라는 피맺힌 절규(..까지나)가 묻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뒤를 잇는것은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의 아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철학적인 관점에서 자살에 접근한 알베르트 카뮈.
역사학자로 이름높은 토인비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자살...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 전부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싶을만큼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한가득입니다.
-_-;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간간히 나오지만 자살에 대해 심오하게 고민해 오셨던 분들이라면 무리없이 이해하시며 읽을수 있을거예요.
이렇게 자살에 관한 지성들의 입장이 적혀 있는게 1장이라면...

2장 모순에서 피는 꽃에서는 삶의 중요함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러니까 너도 살아야지 않겠니,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이 많은데...니체의 글발에 비하면 약했(....)
미우라 아야코가 쓴 '살아가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살려지고 있는것'이라는 에세이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철학적인 관점으로 자살에 접근한 글도 있었는데, 복잡해서 졸려오더군요(...
쇼펜하우어도 자살에 대해 글을 썻네요. 염세철학가의 대표라는 쇼펜하우어가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어찌 썻는가 보자, 하고 읽어봤는데..
종교적인 관점때문에 자살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긴 하다, 그러나 역시 사는것이 더 좋은것이다- 라고 하네요.
음, 종교적인것에 얽매지이 말라, 라는 이야기였는데 그럴거였으면 아예 이야기조차 꺼내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해봤더라면 좋았을걸.
아무튼 쇼펜하우어 마음에 안들어요(이 블로그에서 '사랑은 없다'를 검색해 보세요)

3장 자살의 방정식은 정신과 의사들이 집필했네요.
1의 기대가 3장에서는 여지없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_-;
개인적인 고통으로서 자살을 보는게 더 좋은데... 의사들의 눈으로 본'자살'은 치료하고 예방해야 할 사회적 질환으로 취급당하고 있을 뿐이라는게.
물론, 책을 쓰신 분들은 정성을 다해 자살자가 줄어들길 바라는 느낌으로 글을 쓰셨는데...

'자살자'란 복수를 보지 말고 '자살하려는 나의 소중한 누군가'를 대하는게 위기를 겪는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아닐까요. 음음....
음... 자살하려는 사람을 많이 대해봤고, 그 아픔에 대해 얼마나 알길래 '자살의 해부'란 타이틀을 적을수 있었는지 궁금해, 칼 메닝거 박사(.....)

책을 읽다가 지적 자살이란 책을 떠올릴수 있었습니다.(exit house)
지금 리뷰하고 있는 책이 출간된 시점에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90년 출간된 안락사에 관한 책이었는데요...
책을 쓴 주인공이 회복될수 없는 질환상태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된 자서전이 출간된것입니다.

최근 최초로 자신의 환자를 안락사 시킨 죄로 감옥생활을 한 케보키언 박사가 출소했다던데,
이걸 기회로 회복될 수 없는 질환에 시달리시는 분들이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수 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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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6
  1. BlogIcon mepay 2008/01/03 16:54 address edit & del reply

    참 한국말은 앞뒤만 바뀌었을뿐인데.."자살"이 "살자"로도 바뀌는군요..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살아야죠..^^

    • BlogIcon 혜란 2008/01/03 22:16 address edit & del

      온전히 살고 죽어야죠, 죽더라도...

  2. BlogIcon 러브네슬리 2008/01/04 00:38 address edit & del reply

    먼저간 못된 친구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포스트네요 ..

    • BlogIcon 혜란 2008/01/04 08:48 address edit & del

      트랙백 잘 읽었습니다.
      군대에서 친구를 잃으셨다니, 그 슬픔과 충격이 크셨겠어요.
      블로그에서 M을 검색해보세요.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상이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BlogIcon 시퍼렁어 2008/01/04 03:49 address edit & del reply

    자살지원위원회 정도면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 예방 될듯 한데요?

    • BlogIcon 혜란 2008/01/04 08:49 address edit & del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4. BlogIcon Porco 2008/01/04 10:45 address edit & del reply

    진주에 내려왔습니다. 보름에 한번씩 서울에 올라갈 계획...
    당분간 집사람과는 주말? 보름? 부부입니다.
    서로에게 좋은 시간(?) 이 될 듯 해요 ㅋㅋ

    예전에 라이코스에서 자살까페 멤버였는데...
    가입하고 얼마안되서 까페 폐쇄되고 운영자 아이디 삭제되었죠 ㅋㅋ

    "자살은 실천이 아니다!!!"가 모토였는데 - 뭐... 죽을 각오로 살자는 취지의 까페였는데, 까페이름이 자살까페 였던게 문제였던 모양이에요. - 한창 사회적 이슈가 되던 민감한 시기라 자살에 대한 담론도 용납이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헐.... -.-;

    • BlogIcon 혜란 2008/01/05 20:23 address edit & del

      과격하기도 하셔라.
      죽을 각오로 살 마음이셨다면 좀 더 긍정적인 이름을 생각해보시는게 좋았을것 같은데요^^;;
      용어의 선택이라는거, 간단해 보이지만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인것 같아요 'ㅅ'/

  5. BlogIcon 유듯무듯 2008/01/04 11:06 address edit & del reply

    내가 자살하고 싶을때는..
    음 없다..
    없네요 ^^

    • BlogIcon 혜란 2008/01/05 20:24 address edit & del

      저 단어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안해보신적은 없겠죠~ 그래도^^.

  6. BlogIcon 智熏 2008/03/03 11:32 address edit & del reply

    니체가 이 책을 썼는지는 이제 막 알았네요. 곧 읽어봐야겠어요.

    • BlogIcon 혜란 2008/03/05 23:18 address edit & del

      니체 말고도 다른 사람들 이야기들이 간간히 섞여 들어가 있습니다 :D 허나 솔직하게 니체가 쓴 부분 말고는 집중해 읽기가 힘들었어요...

  7. 살다보면.. 2008/03/05 22:24 address edit & del reply

    살고 살고 또 살아야죠,살아봐야죠..
    그리고 살아내야지요.
    살고 또 살아서
    마침내
    마침내
    사느라 수고한 나 자신과
    내 삶을 돕느라 애써준 이 세상과
    오...래 기다리며 아직 나를 잊지않으신 하느(나)님과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지켜줄 내 부모님과
    죽어서도 내가 지켜야할 내 아이들과
    웃고 울고 후회하고 기뻐했던
    행복과 슬픔 기쁨과 아픔의
    소중한 기억과 시간들에 감사하며
    진정으로 감사하며..
    내 잘못으로 아프게한 모든 이에게 사죄하며 또 사죄하며
    깃털처럼 가벼운 숨결로 마침내 우리 삶이 끝나는 날까지..

    이 세상에 처음 올때 통과했던 그 블랙홀을 지나
    너무 환한 빛으로 인해 모든것이 하얗게 지워지는 화이트홀로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야겠죠,아늑하고 평화롭게..
    우리의 생명과 존재가 우주 속에 회귀하는 그 순간까지
    살고 살고 또 살도록 노력해 봐야지요.

    죽음은 다만
    존재를 숫자로 환원하는 인식표의 마지막 과정일뿐
    실현하지 못한 소망과 안락,절망과 좌절,고통과 슬픔을 대신해줄
    아름다운 매직과 환상의 영역은 결코 아닐테니까요.
    그저 조용히 생명의 불이 꺼질 뿐이죠...

    • BlogIcon 혜란 2008/03/05 23:27 address edit & del

      어찌 이런 가슴아픈 댓글을 다시면서 신원을 밝히지 않으십니까.

      아. 가슴아파요.
      혹시 다시 방문해서 이 댓글을 보시게 된다면

      이 블로그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한번 검색해 보세요.
      님께 도움되는 글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8. 살다보면.. 2008/03/07 10:33 address edit & del reply

    혜란님,제가 댓글을 달면서 신원을 안올린거 예의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사적인 생각 몇마디 띄우는거라..이해 바랍니다.

    그런데
    자살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라는건 바람직한 권유라고 할순 없겠네요.
    말씀하시는 뜻을 잘알긴 하지만,
    누구도 그 단어로 아름다운 의미나 깨달음을 찾긴 어려울테니까요.

    세상에 태어나서 진심으로 그냥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죽음이 좋아서 죽고 싶다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막연히 살고 싶지 않고 그저그냥 죽는게 더 편할것 같다는 사람들의 진심을 뒤집어서 정직하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죽고 싶은 진짜 이유는 삶이 힘들고 일상이 무겁기 때문인데,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나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잘못된 신념과 오해,환경적 소외와 소심함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개인을 억압하면(사실 대개의 경우는 그 스스로 억압을 느낄뿐이지만..)정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 보고싶지 않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현상으로 인해,정확한 문제의 이유는 외면하거나 회피하거나 덮어둔채로 아무 생각도 하고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살고싶지 않다로 부정적 심리가 심화되는게 아닐까 싶어요.사람이 스스로 저항할수 없는 문제를 안게되면 좌절과 무력감에 젖어드는데 삶이 힘들다고 느끼면서 패배감과 더불어 너무 쉽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힘겨웠던 삶의 문제나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대신 죽음 이후의 느낌을 안락으로 대체하면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인거 같아요.

    전 이 모든 결과들에 대한 해답이 교육에 있다고 생각해요.초등학교때 부터
    대학생이 되어서까지도 우리에겐 삶의 문제나 사람 사이의 문제해결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명한 대처방식이나 생각의 방법들에 대해 배우는 교과과정이 없었던것 같아요.우리가 마음의 길을 제대로 찾는 생각의 힘만 있다면 너무 쉽게 좌절하거나 너무 빨리 죽음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텐데..마음도 생각도 다 다니는 길이 있거든요.우리에겐 잘못된 마음의 버릇이나 잘못된 생각의 습관들이 조금씩은 있는데 그중 한가지가 힘들면 돌아서서 쉽게 죽고 싶어지는 나쁜 마음의 버릇인거죠.

    뭔가가 조금씩 잘못되어서 어느 순간 우리 삶이 절벽처럼 캄캄하고 의지할데 없이 휘청일때,평화로왔던 일상이 깨어지고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참담함이 덮쳐올때라도 우리가 고통과 상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정직한 신념만 있다면 성실하게 실패를 감당한 뒤에 다시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선물을 받게 된다는걸 우리 아이들이 교과과정을 통해 배울수 있길 바랍니다.

    혜란님의 사회복지사 1급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BlogIcon 혜란 2008/03/07 12:02 address edit & del

      아뇨, 예의가 아니었음을 지적하는 글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제가 죄송하네요.^^

      음.. 그렇죠, 그 누구던 '자살'이란 단어에서 아름다운 의미나 깨달음을 찾긴어려울거예요.

      허나 "살다보면"님께서 먼저 남겨주셨던 남겨주신 댓글에 진한 아픔이 묻어나는것 같아서...

      혹시 도움이 되실만한 이야기를 얻으실수 있을까, 제 블로그의 서평들을 추천드리고자 저렇게 이야기 했답니다.^^

      기본적으로 저도 자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살다보면님과 다르지 않아요.

      긴 댓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_^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저처럼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는걸 알게 되서 참 기뻐요.

      PS, 시험합격에 대한 소식을 알고 계신걸 보니 제 주변에 계신분 같은데...;;; 누구실련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