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굴드. 이 이름을 처음 들었던건 스물두살때.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등교하던 시절, 음악퀴즈를 푸는데 글렌굴드 이야기가 나왔다.
엽기적인 행동으로 유명 했다는 이 피아니트스의 일화를 듣고나니, 호기심이 동하더라. 그무렵만 해도 '벅스뮤직'이란곳에서 클래식 음반은 무료 감상이 가능했었다.
뭐, 매니아들이 보면 '웃기지도 않을' 인터넷 스트리밍 음악이지만, 그래도 접해본다는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글렌굴드는 모차르트를 싫어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노라니, 왜 싫어했는지 알것 같다.
굴드는 회색을 좋아했다고 한다. 음. 회색. 그래. 바로크 음악의 화려함보다는 모던에 가까운 시대의 음악들이 그한테 맞는 음악이었을지도 -ㅅ-....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화려하다. 경쾌하고. 그래서 듣는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한다.
음악의 천재였대!!. 라는 사전지식역시 모차르트 음악을 '일단 괜찮게' 듣도록 하는데 배경지식이 되어주리라 -ㅅ-;
피아노는 혼자서도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악기다. 내가 왜 그걸 그만 뒀을까... =_= 좀 더 계속 할걸.
굴드 역시 천재였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었다. 책을 쓰신 미셸 슈나이더는 이 책을 통해 페미나바카레스코상이라는 따라적기도(...)힘든 상을 받았다고 한다. 뭐.. 상 받은거는 긍갑다 하고. 자신이 전기를 쓰도록 결심하게 만든 인물이니 당연히 천재라고 기술하고 싶었겠지(...)
기술하고 있는 방식을 보면, '글렌굴드'의 일생을 리뷰하는 전기라기보다 '글렌굴드를 바라보는 팬의 입장으로서 기술한' 전기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읽는 방식에 두가지가 있다고 그러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 역사가의 역사. 전기문도 그런 형식을 따를수 있다는게 되게 흥미로웠다. 음~그니까 이사람은 글렌굴드 오덕?(...야)
전기문을 쓰게 되는 주인공의 일생에 있었던 일을 시간순으로 나열했다면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전기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웠다. 책이... 역자의 말에 의하면 골드베르크 협주곡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일생을 리뷰하는거도 아니고... 그가 연주했던 곡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던것이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원인이 될수도 -_-;;;
연주가의 일생을 다룬 책이기에, 작곡가들의 음악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야 했고, 그 음악을 연주했던 굴드 이외의 연주가들이 어떤 색을 입혀 연주했는지를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을 좀 더 즐겁게 읽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렌굴드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혼자 있으십시오, 은총이라고 할만한 명상속에 머무르십시오' 라는말. 나는 그 메세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박적으로 혼자 있기를 원했으며, '열심히'살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했던 굴드. 자신의 삶의 색깔을 알고, 그 색깔 그대로 살아간 인생이 너무 멋들어지게 보였다.
밖에 나갈때면 세상과의 접점을 닫기 위해서 장갑과 목도리와 외투로 자신을 무장하고.... 그런 기이한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멋지게 보였다. 나도 동경하지만 나는 갈 수 없는 길.
그래서 천재고, 기억될만한 사람으로 남는거려나.
51페이지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연주할수 있는걸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굴드는 연주에 임하는데 '왜'를 탐구하며 피아노 앞에 섰다고 한다.
'왜'라는 질문은 상담장면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문구다 -_-; 한번 실험해보면 금방 알수 있다. '왜그랬어?'라는 질문에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대답을 한다 한들 전투적인 대화가 오갈거고.... '왜'라고 질문할 장면에 '어떻게'나 '어떤 이유가 있어요?' 라고 묻는것이 정석이라고 배워왔는데. 예술가의 일생에 있어 '왜'와 '어떻게는'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념과는 좀 다른가보다, 하는 생각에 신선하단 느낌을 받았다.
보통사람들과 천재들의 다른점에는 뭐가 있을까? 글렌은 연주회에 임했을때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는걸 거부했다고 한다. 자신이 늘 지참하던 피아노 의자보다 건반이 높자, 자세를 바꿔야 하는것을 거부하고 피아노를 높히는 쪽을 택했다고.
이런 괴짜가 있나... 근데 그런게 무진장 매력적으로 보였다. 옆에서 수발할려면 괴로웠을테지만 -_- 물론 굴드의 일생에 '아내'는 없었다.
천재들은 일찍 요절한다지, 32세에 연주회들을 모조리 포기하고(청중앞에 신경쓰는 연주가 싫어서 그의 음악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은거와 칩거의 생활속으로 빠져들어 50세에 사망 했다. 죽기전에 굴드는 사람들과 교류도 즐기고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행복한 삶'을 잠시 영위했다고 한다. 그러나, 굴드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 의 코스를 밟고 있었던것.)
고독속에 머무르는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고독을 삶을 위한 수단으로 살아간 사람도 있었다. 허허. 이런 쿨한지고.
예술가의 삶을 두고 사람들은 인생사가 작품사와 뒤섞인다고 말한다. 정말, 그러한것 같다. 내 알고 있는 음악가들이 몇 되지 않는다만, 저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건지, 알것 같다. 그걸 느끼도록 애써보는게 고전음악을 듣는 이유겠지.
아무튼, 요점은, 글렌굴드는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솔로'였다는것. 음악을 전공하는, 특히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이걸 읽어보면 감칠맛 나게 읽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