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31 19:22

처음 만나는 자유 - 정신과 병동 생활 체험기

저는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벌써 세달이나 지났네요... 와-_-. 학교 졸업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더니, 그 말이 맞군요, 과연.

궁금했습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치료진)이 환자들을 보는 눈과
환자들의 눈으로 치료진들은 어떻게 다를까.

도서관을 거닐다가 우연히 발견한 '처음만나는 자유'라는 책은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데 꽤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쓴 작가는 10대의 마지막 2년을 정신병동에서 보냈습니다.
직접 병원에서 생활한 사람이 쓴 글이라니 어찌 호기심이 동하지 않겠습니까.

수재너 케이슨은 18살때 아스피린 50알을 삼켜 자살기도를 한것을 계기로 하여 레이찰스,실비아 플라스, 로버트 로웰등 명사들이 거쳐간 정신병원에 수감(?)됩니다. 병명은 경계성 인격장애.

어째서인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환자들은 전부 여자환자들이었는데, 그네들의 정신상태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담담히 적어놓은게 읽기 참 쉬운 책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괴해보이는 행동들이지만 병원에 근무하고 있어서인가, 크게 기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_~;

제가 궁금해 했던것은 환자의 눈으로 본 치료진, 혹은 병동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직접 제가 환자들한테 물을수도 없는거고, 어떻게 느끼는지 말로 표현하는것이 진실된 느낌으로 들릴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정신과 병동에는 보호실이라는 이름의 격리실이 존재합니다.
이 책의 작가는 60년대에 10대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보호실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죠.

아무튼 그 격리실에 들어가 있을때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격리실에 감금될것을 스스로 '요청'할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요청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올때도 '요청'을 해야했다. 그러면 간호사가 철망이 쳐진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고는 나올 준비가 되었는지 판단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븐 속의 케이크를 들여다보는것 같았다."

작가가 설명하는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호실이 운영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병원마다 운영방식에 차이는 있죠 ~_~. 그러나 스스로를 케이크로 표현하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간호실습생들이 병동에 찾아왔을때 환자(작가자신)들은 실습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좋은점만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만약 자신들이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살았을것 같은 삶을 사는 실습생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에..
저는 애달픕니다 =_=. 저런구절들이..

마지막으로 인상깊게 봤던 구절은 가족정신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게 정신병동에 환자를 입원시켜놓고 나면 잦은 면회를 오는 사람은 꽤 드뭅니다.
그 현상의 내면에 숨겨진 역동에 대해 이해할수 있었던 구절이었습니다.

'정신병자는 지명타자와 비슷하다. 종종 가족전체가 제정신은 아니지만 가족 모두가 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 그중 하나가 미친사람으로 지정되어 병원으로 가는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이 어떻게 느끼는에 따라 그 사람은 계속 병원에 있거나 퇴원하거나 한다. 가족의 정신상태에 대해 무언가를 입증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가족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 우리는 미치지 않았어요. 저 애가 미친거지.' 그런 가족들은 계속 병원비를 댄다.
하지만 어떤 가족들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병원비를 그만 내겠다고 협박을 한다.
-후략-


책은 영화로도 나와있습니다.
이 책에 매력을 느낀 위노나 라이더가 직접 감독을 고르고, 자신이 주인공 역할까지 맡아서 했었죠.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_-; 주인공보다 더욱 매력적인 역할을 맡았던 '리사'역에 지금은 대 스타가 된 안젤리나 졸리가 열연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여우조연상까지 받았고....
어찌보면 지금의 졸리를 있게한 작품일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영화전체 평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전쟁중이라는 시대상은 삭제하고 깨져버린 섬세한 소녀의 정신세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어서 심심했다~ 라는 평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뭐 좋아요. 그런걸 감안하고도 제가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것 같으니;

책 소개 하면서 뒷부분에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의 여성편이라고도 한다던데, 제목만 들어봤던 그 책이 정신병원에 대해 다룬 책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알게 되었으니, 리드 리스트(read list)에 추가해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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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BlogIcon 승지 2007/06/07 03:53 address edit & del reply

    이게 원작이군....그래도 위노나랑 졸리면 으흐흐흐 그냥무조건마냥좋음.

    • BlogIcon 혜란 2007/06/07 09:16 address edit & del

      검은단발의 위노나.
      무진장 말랐을때 찍은거 같더라.

  2. 유듯무듯 2007/06/09 16:11 address edit & del reply

    와 졸업하고 이미 병원에서 일하고 게셨군요
    역시 포스트에 오르는 책들이 주로 이쪽이라
    왠지 이쪽 동네에서 일하실 것 같았습니다.
    즐겁게 일하시길 바래요~.
    누구보다 이 역할에 잘 어울리시고 잘 하실것만 같아요.

    • BlogIcon 혜란 2007/06/09 17:32 address edit & del

      그런 응원을 들으니 제가 힘이 납니다 ;ㅅ;
      포스트에 오르기보다 정성을 들이는 리뷰들이 그쪽 책이었죠(...)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