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6 23:33

웨딩촬영 다녀왔어요

지난 일요일에는 웨딩 촬영에 다녀왔습니다.
직원분 결혼하신다길래 사진 찍는거 연습하려고 간다고 자원했어요(....)
스냅기사를 안 불렀다길래 그냥 찍어주면 좋겠네... 싶은 마음으로 출발 했는데
....

식은 12:40분. 제가 식장에 도착한 시간은 10:20분이었습니다.
그래요, 기왕 찍는거 메이크업부터 시작해서 쭉 찍으려고 했는데...
메이크업 받는데하고, 식장하고 거리가 멀다고 하네요.

식장까지 찾아가는데 걸린 시간이 1:20분인데(..........흐흙)

아무튼 냅다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식장 사진도 찍고...

아무도 없는 신부 대기실 사진도 찍고..
... 화밸 보소(...)

한참동안 기다리노라니 11시 40분 가량 되었고, 그 시간쯤이면  12:40분 결혼식의 손님들이 오실거라 생각하여 카메라를 들고 상황을 보러 나갔습니다.

허겁지겁 올라온 터라 스쳐 지나갔던
결혼식 벽면 장식도 구경하고....
...

그러노니 신부가 도착하려는가, 부케님께서 먼저 도착하셨습니다.
생화라 그런가, 비닐몽투에 꽁꽁 넣어서 가져오셨더군요.
... 이거 찍다가 알아차렸어요. iso가 100이었네 ;ㅁ; 얼릉 400으로 올려놓고....

처음 '촬영' 비슷하게 본격적으로 카메라 놀리는 기회가 되긴 했으나, 결혼식 사진에 '망한'게 많으면 중요한 순간이 날아가게 되버리니까, 얌전하게 프로그램 모드로 놓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좀 찍다가..... 동료분들 오시면 또 그거 찍고...
친척분들이 찾아오시면 그도 찍고...

가끔 비디오 기사님이 신부대기실로 찾아오셔서 뭔가 인터뷰를 요청할지 모른다는 압-_-박감에 요리조리 피한다고 신부 대기실 밖으로 나가서 식장 바깥 상황들도 종종 찍고...

....아, 그렇게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들은 그럭저럭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식이 시작되고 나서, 결혼식 가본 경험이라고는 인생에 손꼽아 다섯번 안되는지라 결혼식 순서가 어떻게 되는건지 잘 몰라 양가 어머님들의 화촉점화의 순간을 놓쳤습니다.
 
왜 결혼 스냅기사를 두명 부르는지 알것 같았어요.-_-
각 순간을 제때 포착하려면 신부측만 찍을 스냅기사, 신랑측만 찍을 스냅기사, 이렇게 2명 필요한거구나...하고

화촉점화는 놓쳤지만 다른 사진들이라도 열심히 구할 요량으로 단상으로 올라가서 마구 셔터를 눌렀습니다.
메인 기사님 한분만 오셔서 식이 끝나고 사진 찍어주시기로 했대요. 그래서 '본식' 의 느낌을 남길것이라곤 비디오 기사님이 찍으시는 영상과, 제가 찍는 스냅 뿐이겠구나... 싶어서 그냥 마구 열심히 찍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게 되면 용감해 집니다 -_-.

나 아니면 이 순간을 기록해줄 사람이 없다! 란 묘한 사명감에 뷰파인더에 눈을 딱 붙히고 마구 뛰어다녔습니다.

단초점 렌즈를 마운트 해놓고 있었고, 렌즈 바꾸다가 화촉 점화처럼 결정적인 순간을 또 놓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구석에 바짝 붙히고 어렵게 어렵게 핀 잡아 열심히도 찍었습니다. 참 -_-

얼마나 우스운 꼴이었을까.... 흐흙 ㅠㅠ 그래도 그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그래서 단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신랑신부를 찍고, 이러한 증-_-서도 찍었습니다.
결혼식 하는데 이런 증-_-서를 단상에 두고 주례를 서시는 것인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주례때 찍을게 참 많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하지만 사진들이 재미가 없죠. '가만히 있으니까'
찍는 저는 이때가 기회다 하고 마구마구 찍었는데, 정리하면서 보니 신랑 지루해 하는 표정이 잡혀 있네요(..

위의 사진은 버진로드라고 불리는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길입니다.
옛날엔 빨간 양탄자를 깔더만, 요새 웨딩홀은 아예 저런식으로 세팅을 하는가봐요.

왠만하면 그 의미를 생각하고 안 밟고 싶은데 안 밟자니 스냅을 찍어내야 한다는 본연의 사명감을 달성하지 못할것 같아서, + 비디오 기사님도 건너 다니시네! 그럼 나도 !!(.....)

하여튼 우여곡절 본식 끝나고 찍은 사진들을 세어보니 300여컷. 정도 되었습니다.
폐백 사진까지 찍으러 따라가는것은 도저히 몸이 아파서 무리.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온 몸이 퉁퉁 부었습니다 -_-;
일요일날 찍고 나서 다음날 월요일, 몸져 누웠습니다.

누가 시킨거도 아닌데 미련하게 왜 자청해서 고생을 했을까요...... 그래도 괜히 인간살이의 4대 이벤트중 하나인 (....뭐) 결혼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는게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 좋네요...... 두번은 못하겠다만 -_-.진짜

웨딩 스냅기사들이 왜 그렇게 일당 세게 부르는지 알거 같단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파요. 진짜.

하여튼 핀 나간거, 손 떨린거, 색 나간거 기타등등 지우고 나니 한 100장 정도 남았는데,
앨범으로 제작해주려고 사진을 골라보니 35장 나오네요.... 허허.

인생경험치 1을 쌓은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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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세라비 2010/03/17 00:58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생생한 체험기로군요!
    전 웨딩때 딱히 부탁받은적이 없어서... 그냥 대충 찍어줬었는데;;;
    혜란님의 수기를 보자니 제가 부끄러워지는...ㅠ

    이거 이제 스트로보를 살지도 모르겠네요?!^^

2010/03/11 23:05

신체의 저작권.

플라스티네이션을 아시나요?
군터 폴 빅터 하겐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플라스티네이션은 기존의 인체 모형의 개념을 뒤집었습니다.

보통 인체 모형이라고 하면 포르말린에 담겨 생생한 근육의 상태를 알아보는것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이 의학자덕에 인체모형술은 한층 발전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몇년전엔가 플라스티네이션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을때 시체썩는냄새(속된표현이라 죄송합니다)에도 불구하고자녀교육에 열성적이셨던 수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의학 기술의 위대함' 에 대해 가르치고자  박람회장이 시끄러웠다는 뉴스가 이슈화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육체를 예술의 영역에까지 끌어 올렸다! 라는게 이 전시회, '인체의 신비' 의 취지였고, 그 취지를 타고 한국 전역에 '인체의 신비전'은 교육적인 박람회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전시회에 대해 무척 회의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플라스티네이션에 쓰이는 인체조직은 실제 사람의 조직입니다...tissue 아니고 holl body(...) 그래서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성숙한 어머니들은 최소화되긴 했지만, 처리과정 남은 부패된 조직의 냄새에 충격도 많이 받았습니다.

자, 아이의 교육에 열성적인건 괜찮은데, 그렇게 충격받은 일부 속없는 엄마들 뒤로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요. 근육조직을 바라본다는것에 흥미를 느끼길 원했던걸까, 의사가 되게 만드려는 욕망을 투사한걸까.... -_- 하여튼.. 이건 오래전에 지나간 이야기고...

플라스티네이션의 창시자 폴 하겐스에게 물었답니다. 이 작품의 소유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내꺼죠'...
의사답고, 독일인 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저 답변에 식겁함을 감추기 힘들었습니다.

사망자들의 의지를 받들었겠다만, 그들은 자신의 육신이 이렇게 '예술작품'의 형태로 다른 나라에까지 전시되는것을 원했을까요;? 그것도 '플라스티네이션' 이라는 작품으로서 말이예요;

의학발달에 읬어 신개념의 모형을 제시한거 까지는 좋은데, 모형을 예술의 경지 까지 올려놓은건 좋은데..

생전에 '한 개인'으로서 자유의지를 가지던 '인간'의 존엄성을 직업이 가지는 권력을 이용하여 한 개인이 이용하고 있다, 라는 느낌에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이상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한초음파 의학회의 창립30주년 기념 초음파영상 수상작품 '전국순회 전시회' 라는것인데요,
저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불쾌한 기분을 지우기가 힘들었습니다.

초음파의학회에서 주최한다는것은 전시되는 것이 초음파 사진이라는건데요....
우선 보통 진단을 위해 쓰이는 초음파 사진을 가져다 '공모전'이란 이름으로 모집한 학회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사진을 통해 공모전을 열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 이상한 전시회는 일반에게도 공개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사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글쎄요, 특수 직군에 종사하고 계신분들이라면 이 초음파 사진을 통해 '아름다움'과 '경이' 를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단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영상이니만큼, 질환, 그러니까 암종의 형태가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자연과 비슷함을 작품으로 제출했고, 학회는 그렇게 제출된 작품에 등급을 매겼습니다. 

이 전시회는 일반에게도 공개되어 있는데,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질수 있는 초음파 사진들에 대해 작품공모전의 의의및, 일반에게 공개한 의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그 사진들을 보고 이렇게 느끼게 되는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당사자들 한테는 괴로운 사진일텐데, 그걸 전국순회 형태로 전시하다니....'

뭐 이렇게 이의를 제기해봐야 분명 학회측및, 공모전에 사진을 제출하신 선생님들께서는 '환자에게 허락을 받았다' 라고 이야기 하시면 땡이겠죠(....)

아쉽습니다.

대중에게 공개 되는것이면 전시를 하게 된 취지에 대해 '대중이 납득할만한 레벨의 취지'를 제시하는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형태의 학술 세미나에서 저 사진을 공개하는것이 바람직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의료관계 법령을 전부 아는것은 아닙니다만, 환자의 개인정보가 누출될수도 있는 자료인데 이렇게 공모전에 입상되었다는 이유로 공개하는것은..... 법을 어기는것은 아닐테지만, 분명 환자와 의사간의 신의를 깨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_=. 비밀보장이라는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스럽긴 하다만,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닌것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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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orco 2010/03/16 19:00 address edit & del reply

    왜 하는지 모를 전시회로군요. 학회에서 30주년 기념으로 뭔가 행사를 하려고 하다보니 그리된(?) 것 같습니다. 때때로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집단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저지르곤하는 모양입니다. -_-;